이해 2월에 착공에 들어간 불사는 10월에 낙성을 보게 되었는데, 이듬해 사월 초파일에 낙성 법회를 성대하게 베풀었다고 한다. 하늘도 사찰 준공을 반기는 듯 이날 오색구름이 있고, 이상한 향기가 골에 가득하며, 서기가 하늘에 뻗쳤으므로 이를 본 원근의 승려 수 만 여명이 절하면서 일찍이 없던 일임을 감탄하였다고 한다. 새로 중창한 절의 규모는 총 119칸으로 단청이 아름다워 봉선사(奉先寺)와 쌍벽을 이뤘다고 한다.

 이후 수국사는 덕종․예종의 원찰로서 오랫동안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이는『성종실록』 22년 10월 27일자 기사에 ‘호조(戶曹)에 전교(傳敎)하여, 정인사(正因寺)에 봉선사(奉先寺)의 예에 의하여 쌀 30섬과 면포(綿布)·정포(正布) 각각 50필을 하사(下賜)하게 하였다.’는 기록 등 왕조실록 여러 곳에서 수시로 물품을 하사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성종실록』에 의하면 5년 5월 25일에 이곳 정인사(正因寺)에서 공혜왕후(恭惠王后) 한씨의 육재(六齋)를 베풀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또 같은 책 14년 4월 1일자 기사에는 대행대비의 사재(四齋)와 백재(百齋)를 지냈다는 기록 등 수많은 재를 올린 기록을 확인할 수 있어 조선 왕조 때 왕실의 원찰로서 매우 중요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 『연산군일기』10년 9월 24일자(신해) 기사에는 정인사에서 실수로 화재가 발생하니 ‘능침(陵寢)에 가까운 절이라 하여, 즉시 경기 감사 안윤덕(安潤德)과 형조 참판 박열(朴說)을 불러 금표로부터 바로 가서 국문하게 하고 놀란 영혼들을 위해 위안제를 지내도록 하라.’는 기록도 보인다. 이후 수국사는 당시의 고승 신현(信玄)선사가 주석하는 왕실의 원찰로 발전하였다.

 경종1년(1721)에는 숙종과 인현왕후의 능인 명릉의 원찰로 사명을 새로이 수국사(守國寺)라 하여 비로소 오늘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수국사는 한 때 잦은 전란으로 퇴락하였으나, 광무 1년(1897년) 3월 당시 북한산성 총섭(總攝)으로 있던 월초 거연(月初巨淵 : 1858-1934)화상이 진관사(津寬寺)에 들려 불공을 올린 일이 계기가 되어 다시 중창불사를 보게 되었다.

 그때 화상께서는 대웅전 한쪽 구석에 봉안되어 있는 아미타좌상(阿彌陀坐像) 앞에 한 그릇의 불기(佛器)도 없는 것이 이상하여 그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진관사의 스님은 “그 부처님께선 수국사가 비바람을 면치 못할 정도로 퇴락하였는데, 마침 우리 절이 가까운 곳에 있다 하여 이리로 모신 것입니다. 허나 아직까지 향 하나 차 한 잔도 공양한 일이 없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에 월초화상께서는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그 불상 앞에 불공을 올리고 수국사를 중창하여 부처님을 다시 모시고 향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서약하였다 한다.

일이 잘 되려고 그랬던지 마침 그때(광무4년, 1900년) 태자로 있던 순종의 병이 위독하였다.

다급해진 고종은 월초화상에게 명하여 세자의 쾌차를 빌게 하였다. 이에 화상께선 청도 운문사(雲門寺)의 사리암(邪離庵)에서 백일 나반존자기도(那般尊者祈禱)를 드린지 80여 일만에 태자의 꿈에 한 노승이 나타나 “어디가 아픈가” 하며 금침(金針)을 한 번 놓는 사이 태자의 병은 언제 아팠냐는 듯이 말끔히 나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은을 하고자 고종황제가 월초화상에게 소원을 물어왔다. 그러자 화상께선 아무 소원이 없노라고 아뢰었다. 그러나 황제가 거듭 물어오며, “허면 짐이 우리 태자를 살린 보답으로 선사에게 벼슬과 녹봉을 내리려하는데 선사의 의향은 어떠하오?” 하였다.

이에 화상께선 거듭 거절하는 것도 예가 아니라 여겨 “출가한 사람이 외람되게 국가의 작록(爵祿)을 받는다면 이는 조롱 속에 갇힌 새가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다만 한가지 마음 아픈 일은 서오능 옆 수국사가 퇴락하여 조석의 향화가 끊어진 것이 안타깝사옵니다. 원하옵건대 도성 근교에다 정사(精舍)를 내리시어 종신토록 부처님을 받들게 해주신다면 이보다 다행한 일이 없겠습니다.”며 중창을 소망했다고 한다.

그러자 고종은 “효심(孝心)과 신심(信心)은 본래 하나(孝心信心元無二)라고 하였소. 그리하도록 하오.”라고 하며 직접 화주책이 되어 왕실과 여러 신하들에게 권선하고 어용목수를 동원하여 지금의 자리에 수국사를 중창하게 했다 한다.

드디어 광무 4년(1900년) 여름 황제는 어명을 내려 서울 서쪽에 터를 보아 여섯 동을 짓게 하니, 한 절의 전당․누각․요사(寮舍)가 모두 갖추어져서 이름을 수국사라 하게 되었다. 이것은 수국사가 경종 즉위년(1720년) 개창되어 폐허가 된지 180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그후 수국사는 왕실에서 하사한 내탕금과 신하들의 모금, 불단에 바쳐진 돈을 합하여 26만 8천량으로 고양군 지도면 내곡리, 중면 산황리 두 곳에 전답 175정 11보를 매입하여 그 수확물로 절의 재정을 충당했다고 한다. 이어 8년 후인 융희 1년(1907)에는 왕실에서 하사한 금 1500원과 불단에 바쳐진 약간의 돈을 모아 불상을 개금(改金)하고 각 단에 그림을 그렸다.

이듬 해 초파일에는 통도사․범어사의 여러 스님들이 월초화상의 성력(誠力)을 도와서 통도사에서 1천금, 범어사에서 4백금을 모아 불사의 소용에 충당하게 하였다. 월초화상은 이 돈으로 괘불 탱화(掛佛幢)와 금강번(金剛幡)을 만드니 이로써 대강의 불사를 마친 셈이 되었다. 그러나 1950년 한국동란으로 많은 피해를 입어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이후 역대 주지스님께서 계속하여 중창불사를 거듭해오고 있다.

■ 성보 문화재

 수국사의 성보문화재를 꼽으라면 당연히 황금보전(黃金寶殿)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