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지로 1964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선생이 이곳 삼천사 옛 터를 지표조사 했을 때 귀부와 이수를 찾아내고 주변에서 비편을 발견하여 수습한 바 있다. 이 비편에서‘삼천사(三川寺)’,‘삼천민사(三川民舍)’등 삼천사와 관련된 명문(銘文)과 간지명을 확인한 바 있다.
또한 이 비문을 지은 이영간(李靈幹)이 고려 문종 (文宗 : 1046～1063)때 참지정사(參知政事)를 지낸 인물이고, 연대상으로 볼 때 대지국사는 현종 때 삼천사 주지를 지낸 법경(法鏡)스님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삼천사는 과거 국가에서 건립했던 거대한 사찰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지만 지금도 범종각 중건을 준비하는 등 끊임없이 중창 불사(佛事)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삼천사에 관한 자료가 매우 빈약하여 이 절의 정확한 연혁을 밝힐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만 1530년(중종 25)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권3「한성부」<불우(佛宇)>조엔 ‘삼각산에 있는데, 고려 이영간(李靈幹)이 지은 비명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대지국사비명(大智國師碑銘)은 숙종조 서화가 낭선군(郎善君) 이우(李俁)가 편저한 『대동금석서(大東金石書)』와 1831년 청나라 고증학자 유희해(劉喜海)가 편집한 『해동금석원(海東金石苑)』에 비문 일부가 실려 있으나, 대부분의 글자가 마멸된 상태이다.
삼천사는 현종(顯宗)이 삼천사 주지로 있던 법경(法鏡)을 자신에 부모의 원찰인 현화사(玄化寺) 주지로 삼고, 1020년(현종 11)에는 자신의 왕사로 임명한 것과, 마애여래입상의 양식 등으로 볼 때 이 시기에 국가와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이룩된 거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이후 삼천사는 조선시대에 들어와『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이나 『북한지(北漢誌)』, 신경준(申景濬)의『여암전서(旅菴全書)』중「산수경(山水經)」등에 단편적으로 전할 뿐이다. 1592년(조선 선조 25)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승병들의 집합소로 활용되었으나 이후 불에 타 없어졌다. 당시 인근의 벽제관 전투로 소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뒷날 이 절의 암자가 있던 자리에 진영이 중창하였다. 1950년 6·25전쟁 때 불에 탄 것을 1960년에 중건하고, 오늘날과 같은 삼천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75년 지금의 주지인 성운(聖雲) 스님이 부임하여 복원불사를 추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대산 적멸보궁에서 정진하던 스님은 어느 날 꿈에 삼천동 마애불을 뵙게 된다. 그 가르침을 따라 이곳에 부임하였을 당시 절에는 겨우 2칸짜리 초암(草庵)에 마애불만이 남아 있는 실정이었다고 한다. 이에 마애불을 보물로 지정(보물 제 657호)하는 등 1999년까지 끊임없는 중창불사를 단행하게 되니 사찰의 모습이 일신되어 오늘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 성보문화재(聖寶文化財)
사찰의 전각과 성보 문화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99년 1차 중창불사를 마친 삼천사는 대웅보전(大雄寶殿)을 중심으로 산령각(山靈閣), 천태각(天台閣),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 5층나한사리탑, 종형의 석가세존진신사리탑, 중창비, 관음상(觀音像), 지장보살입상(地藏菩薩立像), 입구의 5층석탑, 3채의 요사, 공양방, 수련원, 종무소로 이루어져 있다.
정면 5칸, 측면 2칸으로 이루어진 대웅보전은 상단에 석가여래삼존상을 모시고, 뒤에는 영산회상도를 목각으로 새겨 봉안했다. 이어 십육나한을 비롯한 5백나한상을 뒤쪽벽에 안치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 중단에는 104위를 모신 신중탱화를 조성했으며, 왼쪽에는 지장보살상을 봉안하였다.
산령각은 정면 2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1995년에 개축한 건물이다. 내부에는 목각으로 된 산신탱화를 중심으로 좌우로
역시 목각으로 된 독성탱화와 칠성탱화를 봉안하고 있다.
대웅보전 뒤편에 위치한 종모양의 사리탑은 1988년 성운스님이 미얀마를 성지순례할 때 마하시타타나 사원에서 아판디타 대승정(大僧正)으로부터 건네받은 부처님 진신사리 3과를 봉안하였다. 개울 건너편 바위 위에 있는 5층의 나한사리탑 또한 미얀마를 성지순례를 할 때 같은 절에서 받은 나한사리를 봉안한 것이다.
이밖에도 절 입구 오른쪽에 화강암을 깎아 만든 5좌 높이의 좌대에 15자 높이로 조성된 지장보살상이 서 있다. 대좌 둘레에는 심우도와 시왕도가 새겨져 있다.
산령각 바로 아래 병풍바위에 있는 삼천사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마애여래입상은 전체 높이가 3.02m, 불상의 높이만 2.6m가 된다. 고려 불상 중 대표작의 하나로 평가되는데, 머리 광배(光背)는 겹둥근 무늬로 민머리(素髮)에 상투 모양의 육계(肉髻)가 큼직하게 솟아 있다. 돋을새김을 한 얼굴에서는 온화하면서도 중후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상체는 어깨가 벌어져 건장한 모습인데, U자형으로 넓게 트인 가슴사이로는 내의와 바지의 띠매듭이 드러나고 있다. 수인을 보면 오른손은 아래를 향하고 왼손은 배 앞쪽으로 들어올린 본존불에서 흔히 나타나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을 하고 있다.
옷은 양어깨에 걸쳐 입고 있는 통견의(通肩衣)로 신체에 비해 다소 두껍게 나타내고 있어서 새로운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발밑의 대좌는 연꽃잎이 위쪽으로 피어난 앙련의 연화좌(蓮花座)이며, 꽃잎은 단판중엽이고 꽃잎사이에는 간엽이 표현되어 있다. 입상은 양각과 음각의 수법을 겸용한 특이한 조각이며 시각적인 도움을 주는 동시에 신앙의 발로인지 근년에 이르러 안면(顔面)을 제외한 윤곽에 금박을 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