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聖能)스님이 편찬한 『북한지(北漢誌)』에 의하면 신라시대 원효대사(元曉大師)가 삼천사(三川寺)와 함께 창건하여 신혈사(新穴寺)라 하였다고 한다.
그 뒤 고려 목종(穆宗)의 생모인 천추태후(天秋太后)가 파계승 김치양(金致陽)과의 사이에 태어난 사생아를 목종의 후계자로 옹립하고자 왕자가 없던 목종에 의해 이미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는 안종(安宗)의 왕자인 대량원군(大良院君)을 살해하려고 하였다.
그들은 목종에게 참소하여 대량원군을 개경의 숭교사(崇敎寺)에 가두고 살해할 틈을 엿보았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번에는 삼각산 신혈사(神穴寺)로 옮겼다.
당시 신혈사는 작은 암자에 불과하여 진관조사(津寬祖師) 혼자서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대량원군을 제거하기에 수월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미 이들의 간계(奸計)를 간파한 진관조사는 법당 본존불(本尊佛)을 봉안한 수미단(須彌壇) 밑에 굴을 파고 당시 12세의 어린 왕자였던 대량원군을 숨겨주어 자객으로부터 화를 면하게 해주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량원군은 “시냇물(溪水)”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백운봉(白雲峰)에서 흘러내리는 한 줄기의 물,
만경 창파 멀고 먼 바다로 향하누나!
바위 밑을 스며 흐르는 물 적다고 하지 말라,
용궁에 도달할 날 그리 멀지 않으리.
一條流出白雲峯 萬里滄溟去路通
莫道潺湲巖下在 不多時日到龍宮
하루는 또 “작은 뱀(小蛇)”이란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
약포에 도사리고 앉은 작고 작은 저 뱀,
온몸에 붉은 무늬 찬란히 번쩍이네!
언제나 꽃밭에만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하루아침 용 되기란 어렵지 않으리니!.
小小蛇兒遶藥欄 滿身紅錦自斑欄
莫言長在花林下 一旦成龍也不難
진관사에서 3년간을 보낸 그는 목종이 죽자 개경으로 돌아가 황위에 오르니 이가 바로 고려 8대 황제인 현종(顯宗)이다.
이런 인연으로 현종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진관조사의 은혜에 보답코자 새로 절을 크게 중창하고 조사의 이름을 따서 ‘진관사(津寬寺)’라 하였다고 한다.
1397년(태조 6년)에는 태조가 상중하 3단의 수륙도량(水陸道場)을 설치하도록 명하고, 여러 번 이곳에 행차하여 육지와 수중의 고혼과 아귀를 위하여 법식(法食)을 공양하는 ‘수륙재(水陸齋)’를 지냈다고 한다.
1413년(태종 13년)에는 태종이 왕자 성녕대군(誠寧大君)을 위해 수륙재를 열고 수륙재위전(水陸齋位田) 100결을 하사하여 수륙재를 계속하여 지내게 하였는데, 이후부터 매년 1월 또는 2월 15일에 수륙재를 지냈다고 한다. 이후에도 1422년(세종 4)에는 태종의 49재를, 1469년(성종 원년)에는 예종의 49재를 지내는 등 계속하여 왕실의 원찰 기능을 수행해왔다.
한편 세종조에는 조정에서 장래가 촉망되던 박팽년(朴彭年)․성삼문(成三問)․신숙주(申叔舟) 등 집현전 학사들을 이곳에 보내 사가독서(賜暇讀書)를 시키기도 하여 나라의 인재를 길러내는데 일익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훗날 선조조의 대학자가 된 율곡 이이(李珥) 선생도 이곳에서 잠시 공부를 하였었다.
또 세조조의 문신으로 좌찬성(左贊成)을 지낸 홍일동(洪逸童)은 어느 날 진관사에서 놀 때 떡 한 그릇․국수 세 사발․밥 세 그릇․두부국 아홉 그릇을 먹었으며, 산 밑에 이르러서 또다시 찐 닭 두 마리․생선국 세 그릇․어회 한 쟁반․술 사십여 잔을 먹었으므로 세조가 듣고서 장하게 여겼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1452년(문종 2)에 대대적인 중창이 실시된 이후 진관사는 소실과 중수를 거듭했다.
그후 1707년(숙종 32)에는 숙종의 후궁인 소의유씨(昭儀劉氏)의 묘를 절 안에 봉하고 원찰로 삼기도 하였다. 현재는 서삼릉으로 이장된 상태인데, 묘표 후면에는 “崇禎戊辰後 八十年 丁亥六月 日立”이라고 씌여 있어 묘비를 세운 시기가 1707년(숙종 33)임을 알 수 있다.
1854년(철종 5)에는 주지인 관월(寬月)스님과 화주인 화월(華月)스님이 대웅전을 중창하였으며, 1858년에는 명부전(冥府殿)을 중창하는 불사를 단행하였다.
1879년(고종 16)에는 경운(慶雲)스님이 큰 방 34칸을 마련하여 중생들의 처소로 삼았으며, 1908년(순종 2)에는 송암(松庵)스님이 경내에 5층석탑을 건립하기도 하였다. 1910년에는 다시 경운스님이 대웅전의 삼존불상을 개금하고, 명부전 중수와 지장보살상, 시왕상(十王像), 시왕탱화를 개금하고 수리하였다.
이후 한국동란에는 아군의 폭격으로 나한전(羅漢殿) 등 3동만을 남기고 건물이 모두 소실되었으나, 1964년부터 비구니인 최진관(崔眞觀) 스님이 당우를 차례로 중건하여 현재 대웅전을 비롯하여 명부전(冥府殿)․나한전(羅漢殿)․독성각(獨聖閣)․칠성각(七星閣)․나가원(那迦院)․홍제루(弘濟樓)․종각(鐘閣)인 동정각(動靜閣)․일주문(一柱門)․선원(禪院)․대방(大房) 등 총 14동의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진관사에서는 상당 기간 단절되었던 수륙재를 다시 재현한 바 있는데, 홍제루는 바로 매해마다 수륙재를 베풀던 중요한 장소이다.
현재 진관사에는 주지스님을 비롯해 15명의 비구니 스님이 수행에 정진하고 있다. 또한 진관사 “묘음(妙音) 합창단”은 봄․가을 봉사활동과 불교성지를 순례하며, 1998년과 1999년에는 “산사음악회(山寺音樂會)”를 개최하여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 사찰의 문화재
사찰 문화재로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143호로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초반의 불상으로 추정되는 대웅전의 “소조석가삼존불(大雄殿塑造釋迦三尊佛)”과 역시 대웅전에 있는 144호인 “소조십육나한상(塑造十六羅漢像)”, 나한전에 있는 145호인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 146호인 “소조십육나한도(塑造十六羅漢圖)”, 칠성각에 있는 147호인 “칠성각 칠성도(七星圖)”, 148호인 “칠성각 영정(影幀)”이 있다.
기타 “칠성각 석불좌상(七星閣石佛坐像)”과 “독성각 소조독성상(獨聖閣塑造獨聖閣)”, “독성각 독성도(獨聖閣獨聖圖)”가 각각 서울특별시 문화재자료 제10호, 11호, 12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성능(聖能)스님이 지은 『북한지(北漢誌)』에 의하면, ‘삼천사와 진관사에는 목욕할 때 쓰던 큰 석조(石槽)가 각 하나씩 있다’고 하였는데, 진관사에는 지금까지도 당시의 석조가 원형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
또 사찰 주변에는 100년 된 은행나무와 200년 된 느티나무 2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